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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성 한국법학교수회장] 촛불의 민심은 공정한 법치국가의 건설을 요구한다.
한국법학교수회 박균성 회장

촛불의 민심은 국정농단을 청산하고 공정한 법치국가를 세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정농단이 없는 나라다운 나라는 공정한 법치국가이다. 국정농단의 청산은 인적 청산에 그쳐서는 안 된다. 권력이 남용되는 시스템과 권력자의 권력남용 행태를 바로잡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공정하다는 것은 입법이나 법의 집행에서 이해관계가 공정하게 조정되고 약자가 보호받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가 제도상 법치국가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실제로 법치가 실효적으로 실현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긍정할 수 없는 점이 많다. 법치를 형식적으로 이해하여 법률과 명령에 따라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법치주의는 국가권력을 통제하는 원칙인데, 국민의 법 준수의무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 진정한 법치국가는 국정운영에서 법의 정신인 정의가 실현되는 나라여야 한다.

우선 국가정책의 수립에서부터 법의 정신이 반영되어야 한다. 정책수립 시 정책이 미칠 영향을 조사하여 이해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할 장치를 함께 마련하여야 한다. 이해관계의 조정수단인 법을 집행을 위한 도구로 보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 일단 정책을 실시하고, 제기되는 문제는 임기응변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못한 미숙한 정책으로 이해집단의 분노와 반발을 유발한 후 그것을 수습하는 것은 어렵다. 최저임금정책이나 차량공유정책의 예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법치국가 실현에서 좋은 법을 적시에 제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여야의 대립과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하여 중요한 개혁입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외적으로 국회법 제85조의2에 따른 신속처리절차가 있지만, 소위 유치원3법안의 예에서 보듯이 최장 330일이 걸린다. 신속처리기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 입법권을 포괄적으로 행정권에 위임하고 사후에 국회가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로비입법, 청부입법 등 입법의 문제를 들면 한이 없다.

특히 강조할 것은 개발독재시대에 만들어진 수치에 의해 규율하는 지나칠 정도로 획일적인 입법방식의 경향에 제동을 걸고, 다양성과 포용성을 포섭할 수 있도록 입법방식을 개선하여야 한다. KT아현지구통신구 화재도 획일적인 입법방식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법령상 500미터 이상 통신구에만 화재방지장치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었다. KT아현지구 통신구는 500미터 미만이지만 화재가 난 경우에 미치는 영향이 큼에도 규모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소화기만 비치해도 법위반이 아닌 것으로 되어 있는 것은 잘못된 획일적 입법이다.

법치국가실현은 법의 집행이 적정하고 공정해야 한다. 국정농단은 법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고 권력을 남용한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 대법원은 권한남용 금지의 원칙을 법치주의에 기초한 법의 일반원칙으로 선언하였다. 명문의 규정이 없어도 세무조사권 등 권한을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하면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아도 권한남용으로 위법하게 되고, 그 공무원은 징계의 대상이 된다.

권한을 사적이익이나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공익목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권한남용이라는 것을 모르는 공무원이 많다.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세무조사나 공정거래조사를 물가안정 목적으로 하는 것도 권한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입법과 법집행을 잘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법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함에도 법 지식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항공산업을 규제하는 국토교통부 담당공무원이 ‘외국인이 국내항공사 임원이 될 수 없다’는 항공사업법의 명문규정을 오래 동안 몰랐다는 것은 대표적인 예이다. 공무원은 법을 집행하는 것을 업무로 하는데, 전혀 법을 공부하지 않고도 공무원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

임용 후 일부 연수교육은 있지만, 법 교육이 제대로 행해지고 있지도 않다. 공무원에게 법해석을 요청하면 법해석을 해주지 않거나 모호하게 해주는 것이 ‘잘한 법해석’이라는 것은 국민만 모르는 공무원사회의 불편한 진실이다.

공정한 법치국가를 실현하는 것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무원의 법전문성을 높이기위해서는 공무원시험에 법 과목을 늘려야 하고, 공무원을 상대로 한 법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공무원의 법전문성이 높아질 때까지는 외부 법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공직의 법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조속히 나라다운 공정한 법치국가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YBC연합방송  ybctv@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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