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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환 본부장] '국가에는 의리라는 것이 없다!'
임승환 본부장/경북취재본부

'의리(義理)'란 인간관계에서 꼭 지켜야 할 기본도리를 의미한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이런 의리의 의미는 많이 왜곡되었다. 왜냐하면 의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불합리한 부문에서 의리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권력을 가진 소수 특권층들이 그들의 지인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을 의리로 잘못 포장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낙하산 인사가 친인척 혹은 친구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것일까? 그런 일은 자신이 볼 때는 “정(情)이요 의리”일지 모르지만 남들이 볼 때는 “불의요 비리”일 것임이 틀림없다.

흔히들 의리는 조폭들끼리 서로 돕는다는 차원에서 온갖 부정행위를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그런 식의 의리는 누가 봐도 진정한 의리가 아닐 것이다. 조폭이나 깡패들의 연대의식은 그 존재 자체가 악의 씨앗이기 때문에 의리라는 단어로 그들의 행위를 미화시킨다고 미화될 일이 아니다. 친구 따라 무법 소굴로 가는 것이 의리가 아니라 친구 따라 정의의 길, 합리의 길을 가는 것이 진정한 의리일 것이다.

이런 의리라는 단어가 조폭 세계보다 더 자주 사용되는 곳은 바로 정치판이다. 자기 지역구에 내려가면 지지자들에게 지역감정을 자극하면서 의리에 호소하는 정치인들이 수두룩하다. 어디까지를 의리로 봐야 할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인간관계에서 의리를 제1순위로 내세우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악역일수록 의리를 강조하는 경우가 더욱 많은데 이는 겉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속으로는 따뜻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위한 방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동양의 액션영화 중에는 이런 의리를 다룬 영화가 제법 많다. 하지만 서양에는 동양만큼 많지 않다. 서양문화에는 동양적 의미의 의리라는 개념이 적기 때문이다. 서양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형제애(Brotherhood)와 동료애(fellowship, companionship)는 동양적 의리와는 개념이 좀 다르다. 서양에서 자주 회자되는 브로맨스(bromance)는 미국에서 시작된 단어로써 형제를 뜻하는 브라더(brother)와 로맨스(romance)를 조합한 신조어로서 남자들 간의 뜨거운 우정과 의리를 뜻하는 단어이다.

독재정권들도 이런 의리라는 단어들을 좋아한다. 독재정권의 하수인이 아니라 신념있는 지도자를 보필한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의리라는 단어가 차용되고 있는 것 같다. 독일 나치(Nazi)정권은 그런 대표적인 경우이다. 1933년부터 1945년까지 존재했던 독일의 국가체제를 일반적으로 나치정권이라 하는데 그 나치정권의 핵심인물이었던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는 1933년 수권법을 통과시켜 독재의 기반을 만들고 1934년 힌덴부르크(Paul von Hindenburg) 대통령이 사망하자 총통에 취임하여 완전한 독재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게다가 1936년 3월 7일, 독일의 육군병력이 라인란트 지역을 접수한 속칭 라인란트 재무장(Remilitarisierung des Rheinlandes)에 성공하자 자신감을 얻은 나치정권은 1938년 오스트리아 병합을 계기로 독일어권 지역을 독일영토에 병합시키기 시작했다. 뮌헨 협정으로 수데텐란트(Sudetenland)를 획득하고 체코슬로바키아를 해체시켰다.

또 1939년에는 폴란드를 침공하여 제2차 세계 대전의 서막을 열고 연이어 노르웨이와 프랑스를 침공하여 승승장구 했지만 영국 본토에서 벌어진 항공전에서는 패배를 맛보았다. 그러나 나치는 포기하지 않고 북아프리카와 발칸반도를 침공하는 한편 1941년에 맺은 독소불가침조약을 파기하고 바르바로사 작전(Unternehmen Barbarossa)을 개시함으로써 독소(독일과 소련)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촉발된 제2차 세계대전은 무려 5,000만 명이 넘는 고귀한 생명을 앗아갔다.

이렇게 영토확장이라는 나치의 야욕 앞에 독소불가침조약이라는 국가 간의 의리는 한낱 휴지조각에 지나지 않았다. 일본도 한 때는 대마도 도주(島主)가 조선에 조공을 바치면서 신하국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겠다고 맹약했지만 일본의 국력이 강해지자 소리소문없이 그 맹약을 파기하고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서 보듯 국가에는 의리가 없고, 의리를 지킬 국가도 없다.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의리는 서로의 국력이 달라지면 언제든지 한 장의 휴지조각으로 변하고 만다. 그래서 정치학교과서를 보면 “평화를 보장하는 최고의 수단은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이라고 되어 있다. 좋든 싫든 이것은 인류 역사가 증명하는 엄연한 사실이요 현실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진정으로 평화로운 공존을 원한다면 동맹에 의존하지 말고 세력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국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는 지금 이 만고의 진리를 얼마나 뼈저리게 느끼고 대비하고 있는가?

 

/임승환기자  press35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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