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의결했다. 다만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배상을 신속 지원하고 피해지원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 즉 거부권이 의결됐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지 11일 만이다.

정부는 특별법이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동행명령과 압수수색을 의뢰할 수 있는 특별조사위원회의 권한이 헌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위원회를 구성하는 11명의 위원을 임명하는 절차에서도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부는 참사 관련 민·형사 재판결과 확정 전부터 유가족과 피해자에 대한 배상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참사로 피해를 입은 근로자에 대한 치유휴직을 지원하는 등 일상 회복을 위한 재정적·심리적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공간 설립을 추진하고 이태원 지역을 중심으로 경제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유가족들은 정부를 용서할 수 없다며 크게 반발했다.

오늘(30일) 오전 9시 반부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릴레이 발언을 이어가던 유가족들은 거부권 행사 소식이 전해지자 크게 항의하며 유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서울청사 정문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고, 일부 유가족들은 바닥에 주저앉거나 쓰러지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오늘 오후 1시 서울시청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부권 행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이번 국무회의 의결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취임 이후 1년 8개월 여 만에 아홉 번째로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
 

/추경호 기자  ybctv7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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