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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서울대교수] 교육현안, 공론화 방식을 확 바꿔야

 

김명환 서울대교수
촛불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가 이끌어낸 한반도 평화의 새 기운은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한 여성 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에서 시작된 거센 물결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 갱신으로 가는 거대한 문화적 혁명의 신호탄이다. 촛불시민의 뜻과 힘이 하나하나 법과 제도로 정착되고 상식과 관행으로 녹아들어 일상의 삶 깊숙이 뿌리내려야 한다.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본격적인 적폐청산과 개혁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해묵은 과제인 교육개혁은 아직 큰 틀의 청사진도 명확히 잡히지 않았다. 초·중등학교든, 대학이든 현장에서는 높은 기대가 점차 실망의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구체적인 개혁정책이 민심에 어긋나기 때문이 아니다. 도대체 개혁정책이 있기는 있느냐는 날선 질문이 나오기 때문이다.
작년 8월 교육부는 어설픈 수능 절대평가 확대안을 여론의 강한 반발로 1년 유예했고, 지난 12월 현장 실태에 어두운 탓에 영어 사교육과 관련해 말썽이 빚어지는 등 촛불정부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일반고와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입시를 동시에 실시하여 일반고 확대 정책을 풀어가려는 조치는 현행법의 제약에 따른 고민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헌법소원이 제기됨으로써 경우에 따라서는 개혁이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그동안 대학을 마구 망가뜨린 대학평가는 대학역량진단사업으로 바꿔 개선했다지만, 근본적 전환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지난해 11월 포항 지진 때 수능을 발 빠르게 1주일 연기하여 원만하게 처리한 공이 크지만, 김 장관의 교육부는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들을 과거와 다를 바 없이 대하거나 그저 미루고만 있다는 인상이다. 
입장을 바꿔 김 장관과 교육부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우리의 교육 현실은 심하게 뒤엉킨 실타래인지라 어떤 해법이라도 완벽하지 않다. 불법과 비리가 만연한 사학 위주의 대학교육, 전문대학 정책의 부재, 강고한 대학서열구조 등 고질적 문제가 산적한 고등교육의 개혁이 착실하게 동반되지 않으면, 입시 위주의 파행적인 중등교육의 실질적 혁신은 무망하다. 돈만 있다고 개혁이 되지는 않지만, 고등교육은 획기적 예산 증액과 함께 5년, 10년의 일관된 정책이 시행되어야 개혁 성과가 뿌리내릴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예산 타령이나 하며 주저앉거나 이해당사자들의 복잡하게 엇갈리는 주장 뒤에 자신의 직무태만을 숨겨서는 곤란하다. 진행 중인 촛불혁명에 어울리게 교육개혁 현안의 공론화 방식부터 일신해야 한다. 
일반고 중심의 고교 체제 개편, 대입제도 개선, 공영형 사학과 국공립대 연합체제, 고등직업교육 정비, 등록금과 국가장학금 문제, 대학구조조정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 교육부의 정책 수립 절차는 구태의연하다. 전문가와 이해당사자로 위원회를 구성하여 논의와 연구를 통해 결론을 내리는 통상적인 방식인데, 물론 과거보다 더 폭넓게 다양한 입장을 수렴 중이다. 그러나 난마처럼 뒤엉킨 교육 현안들을 그런 방법으로는 결코 풀 수 없다. 낡은 방법은 낡은 관료들의 주도권만 강화하고, 양심적이고 능력있는 관료를 소외시킬 뿐이다. 
수능 개편 문제만 해도 시민사회와의 폭넓은 소통 없이 특정 그룹의 주장에 기울거나 전문가끼리 연구해서 덜컥 정책을 내놓으면 문재인 정부 개혁 전반의 발목을 잡는 반발과 부작용마저 낳을 수 있다. 그러니 작년의 원전 공론화 경험을 참조하되 더 적극적이고 투명한 공론화 방식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각자의 경험과 주견에 따라 원전 문제보다 훨씬 활발하게 토론할 사안이니 한층 공개적이어야 한다. 적어도 중학교 3학년부터 20대 청년까지 당사자가 가장 큰 비중으로 참여할 방안도 제시하고, EBS 등과 협력하여 주요 토론을 생중계하며 국회가 홈페이지에서 시행 중인 회의 공개 수준과 맞먹게 온라인의 다시 보기 기능과 녹취록도 제공해야 한다. 6월 지방선거에 몰입하는 정치권의 일정을 고려할 필요도 없고, 개헌 논의와 겹치면 오히려 더 바람직할 것이다.
당장 준비하여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동안 논의해도 내년도 예산 편성을 고려하면 시간이 부족하니 주요 현안에 집중하더라도 종합적 개혁 청사진으로 이어지도록 판을 잘 짜야 한다. 힘도 들고 비용도 들겠지만, 공론화 결과를 반영한 최종안은 다수 국민이 지지해줄 것이다. 나아가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과감한 교육투자 확대 결정을 끌어낼 수 있고, 증세라는 민감한 주제 앞에 몸조심하는 취약한 새 정부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그것이 곧 촛불혁명의 진전이요, 진화이다. 국회의 수구세력 입장에서는 교육개혁에 필수적인 관련 법률 제정과 개정을 덮어놓고 가로막기가, 아뿔싸, 난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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